본문 바로가기

책 읽기

제노사이드-다카노 가즈아키

 

제노사이드 - 10점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황금가지

 

요즈음 본 장르소설 중 최고다. 다카노 가즈아키의 책은 처음이다. 전작인 13계단 발표 후 6년만에 발표한 글이라고 하는데 700페이지나 되는 장편인데다 지식의 깊이가 굉장해서 6년만에 나올 법 하다는 생각이 든다. 간혹 일본 작가의 글에서 볼 수 있는 비겁한 시선도 보이지 않는다. (전쟁과 대학살의 장본인이면서도 그것을 외면한다던지 하는) 전문지식이 많이 등장하는데 쉽게 풀어쓰기도 했고, 그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도 전개되는 내용을 이해하는데는 큰 지장도 없어 부담없이 읽었다. 미드 '24'처럼 조금 읽다보면 다음 내용이 계속 궁금해져 한번 잡으면 손을 놓지 못하게 하는 폐인생성 소설이다. 숨쉴틈 없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는 와중에 깊이 있는 생각거리로 마음에 큰 돌을 던진다.

루벤스는 폭력의 현장에서 거리가 먼 권력자의 자기이익을 위한 결정이 세계에 어떤 폭력을 가져왔는지를 연구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예거는 아들을 구하기 위해서라지만 전쟁에서 사람을 죽이고 있고 이 이야기는 자신의 아들에게 영원히 들려줄 수 없음을 안다.

겐토의 친구이자 신약개발 협력자로 등장하는 정훈이 겐토에게 '정'이라는 것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꽤 들어맞게 설명하고 있다. 한국인에 대한 어느 정도 관심도 가지고 있는가 보다. 루벤스와 하이즈먼의 대화 중 '역의 플랫폼에서 외국인을 구하기 위해 뛰어드는 사람이나 목숨 걸고 신약개발을 하는 사람들은 일종의 진화한 인간으로 볼 수 있지 않는가'라는 대화가 나오는데 일본에서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하고 죽은 이수현씨를 염두에 두고 썼다고 한다.

아들이 폐포상피경화증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어 치료비를 위해 아프리카에서 용병으로 일하고 있는 예거. 그는 콩고 지역에서 발생한 에볼라 바이러스의 변종을 막기 위해 감염자들을 모두 말살시키는 임무를 맡게 된다. 죽은 아버지가 비밀리에 자신에게 남긴 약을 완성하라는 메시지를 듣고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힘쓰는 겐토, 이들 모두를 저지하려는  미 대통령의 곁에서 마음속으로는 예거와 겐토를 응원하며 대통령의 명령을 수행하는 관찰자 루벤스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