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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의 머리속에선 어떻게 이런 풍부한 이야깃거리들이 계속 나오는지..
오랫동안 병을 앓았던 나는 산책길에 파란 포르투갈제 노트를 구입하며 글을 다시 쓰기 시작한다. 친구이자 작가인 존의 권유로 '몰타의 매'의 클리크래프트의 일화로 소설을 시작하는데 그가 쓰는 소설은 유명한 출판사의 편집자인 닉이 주인공이다 그는 유명 작가 실비아 맥스웰이 쓴 신탁의 밤이라는 소설을 들고 온 그녀의 손녀 로사에게 한눈에 반하는데, 이를 그의 아내에게 표현하는 실수를 범한다. 그 다음날, 그는 편지를 부치러 길을 나섰다 아파트의 장식물이 그의 앞에 떨어지는 사고를 당하게 되고 그는 그 길로 새로운 삶을 향해 무작정 비행기를 타고 떠난다.
소설 속의 닉이 자신을 찾는 아내 에바 덕에 호텔에 머물 수 없게 되어 새로운 도시 처음 만난 택시기사의 일을 돕다 갇히게 되는 내용을 쓴 후, 시드니는 그레이스가 자신과 함께 어느 집 지하에 갇히게 되는 꿈을 꿨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시드니는 노트를 구입했던 가게 주인 챙과의 사건으로 그는 파란 노트에는 어떤 글도 완성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마지막 글을 적게 된다. 그 글로 그레이스가 왜 자신에게 그리 헌신하고도 죄책감을 느끼며 종종 방황했는지 우리는 알게 되지만, 그것은 노트 속의 일이다. 노트에 쓴 일이므로 노트에 쓰는 행위가 사실을 만드는 지 사실을 노트에 쓴 것인지는 상관없다. 그 소설속의 그도 그 사실을 잊기로 했으며, 어차피 소설을 쓰는 노트이기 때문이다.)
작가인 주인공이 쓰는 책의 주인공이 편집자인 관계로 '신탁의 밤'이라는 소설은 본 책의 작가가 쓰는 책 속의 책으로 등장한다. 본 내용에도 주석이 붙어있는데 아내인 그레이스를 처음 만났을 때라던가, 존의 나이가 쉰여섯이고 여섯 권의 책을 낸 작가라는 것 등이 본 내용이 아니라 주석이 붙어있어. 이 책이 보통 소설처럼 자신이 실제인 양 이야기하기보다는 이 또한 책의 내용인것처럼(책 내용이 이러한데 더 설명하는 것처럼) 보인다. 어쩌면 하찮은 이 글을 쓰는 나도 누군가에 의해 쓰여져 내 옆에도 이 책처럼 주석이 붙어있는 것이라고 얘기하는 듯이 말이다.
(이 책이 파란색의 포르투갈 노트처럼 디자인되어있었으면 더 좋았을거란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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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 팔을 스쳐 지나가는 바람에 깜짝 놀라기가 무섭게 서류 가방이 그의 손에서 튕겨져 나가는 충격과, 이어서 이무기의 머리가 아스팔트 포장을 한 길바닥에 부딪쳐 산산조각 나는 굉음. 몇 초가 더 지난 뒤에야 그는 방금 전에 벌어진 일들을 차례차례 재구성할 수 있고, 마침내 보도에서 몸을 이릉켰을 때에는 자기가 죽은 목숨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리다. 그 돌은 그를 죽이려고 한 것이었다. 그날 밤 그는 다른 이유라고는 없이 그 돌에 맞으려고 아파트를 나섰던 것인데, 만일 용케도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면 그것은 오로지 그에게 새로운 삶이 주어졌다는, 이제 예전의 삶은 끝났고 과거의 모든 순간순간은 다른 누군가에게 속해 있다는 뜻일 수밖에 없다.
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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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우연이라는 것. 나날의 삶에서 전혀 예기치 못했던 일들이 우리에게 성큼성큼 다가오고 어느 순간에라도 아무런 이유 없이 목숨이 날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점심 식사를 마쳤을 때쯤 플리크래프트는 자기에겐 그 파멸적인 힘에 복종하는 것 외에는 아무 의미도 없고, 완전히 자의적인 어떤 자기 부정 행위를 통해 자신의 삶을 박살 내는 것외에는 달리 택할 도리가 없다고 결론짓는다.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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