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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 대디, 플라이 - 가네시로 가즈키

 

플라이, 대디, 플라이 (양장)
국내도서>소설
저자 : 가네시로 가즈키(Kaneshiro Kazuki) / 양억관역
출판 : 북폴리오 2006.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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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렛대만 있다면 지구라도 움직여 보일 수 있다.

-아르키메데스

 

날개를 펼치고 빛이 비치는 곳으로.

-사쿠라이 가즈토시

 

나 스즈키 하지메는 도쿄에서 자란 마흔일곱 평범한 샐러리맨이다. 모든 게 평범하지만 아내와 딸, 가족만은 특별하다. 현모양처 아내와 명문고에 다니는 예쁜 딸은 나의 자랑이며, 지켜야 할 보물이다. 그러나 그 날, 딸 하루카가 이시하라라는 고교 복싱 챔피언에게 폭행을 당해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딸의 손을 잡아주지 못해 딸에게 외면당하고, 이시하라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가 다닌다는 학교에 칼을 들고 찾아갔지만 학교를 잘못 찾아간 탓에 그 학교의 학생인 미나가타, 이다라시키, 가야노, 박순신 네 명의 학생을 만나고 이들은 이시하라에게 복수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줄 테니 죽을 각오로 노력해보라 한다. 스즈키는 회사는 휴가를 내버린 채 복수를 위한 트레이닝을 시작한다. 그의 노력을 전해준 아이들의 덕택에 아내와 딸도 그를 응원하고, 그는 두 달여간의 트레이닝 끝에 탄탄한 몸을 가지게 되고 권투 챔피언인 이시하라를 쓰러뜨리고 진정한 승자가 된다.

 

간결한 문장에 재미있으면서도 편하게 읽기 쉬운, 그러나 많이 가볍지 않은 , 아버지의 성장 소설. 개성있는 등장인물들도 즐거웠고, 스즈키가 강해지고, 계단을 하나하나 더 오를때마다 (당연히 성공할 걸 알면서도 ) 응원하며 읽었다.

박순신을 춤과 무술로 스즈키를 치유하는 샤먼으로 해석한 옮긴이의 말도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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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이가 될 때까지 강하거나 약하거나 아무래도 좋은 그런 생활을 해왔지만, 자네들을 만나면서 난 바뀌었어. 이제는 절대로 나의 나약한 점에서 눈을 떼지 않을 거야."

미나가타와 이다리시키와 가야노와 야마시타가 나의 웃음에 웃음으로 반응해 주었다. 박순신은 웃지 않았다. 그 대신에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당당한 발걸음으로 파도가 닿는 곳까지 걸어간다. 그리고 밀려오는 파도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두 팔을 수평보다 약간 높게 들어올려 일단 멈춘 다음, 다음 순간, 약간 무릎을 굽히더니 마치 날갯짓이라도 하는 것처럼 두 팔을 모래사장을 향해 뿌렸다. 발 아래의 모래를 날려 보낼 듯한 힘찬 움직임이었다. 다시 날개를 어깨까지 들어올린다. 그러나 날개를 접지 않고, 박순신은 날개를 펼친 채 발레 댄서처럼 한바퀴 빙글 돌았다. 날개 끝이 저녁노을을 배경으로 완벽한 원을 그렸다. 그 원의 궤적이 사라지기도 전에 박순신은 무릎을 펴고 가볍게 발끝으로 서서 턱을 들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날개를 더욱 높이 들어올린다.

이 얼마나 부드러운 움직임인가.

그렇게 박순신은 잠시 동안 나의 상상력이 넘어선 곳에서 움직이면서 자유자재로 날갯짓을 했다. 저녁노을에 비친 날개의 움직임은 너무도 아름답고 힘차서, 박순신이 날아가버리지는 않을지 걱정이 될 정도였다.

"매의 춤이란 겁니다."

내 곁에 앉은 미나가타가 박순신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몽골 씨름에서 이긴 사람만이 저 춤을 출 수 있다고 합니다. 박순신류로 바꾼 거긴 하지만."

미나가타는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진정한 승자는 매가 되어 하늘을 날아올라, 한없는 자유로 다가간다, 라는 것이 순신의 18번 대사예요"

박순신이 움직임을 멈추었다. 날개를 접듯이 천천히 팔을 내린다. 박순신은 우리 쪽으로 돌아서서 눈을 감으며 숨을 골랐다. 가슴이 가볍게 위아래로 움직인다. 그리고 박순신이 눈을 떴을 때, 주위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208~21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