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정리의 비법을 딱딱 내놓길 바랬던 기대와는 달리 저자는 자신이 어릴 적 수납과 정리에 실패했던 경험과 고객의 경험담을 조근조근 이야기하고 나서야 정리방법에 대해 하나하나씩 비법을 털어놓는다. 그다지 내용이 많지 않은 책임에도 사족이 꽤 붙어있다고 느껴진 건 그때문인 듯 싶다.
이런 사소한 단점만 눈에서 치우면 정리 방법은 꽤 알차게 소개되어 있다.
정리의 시작은 버리기다, 자신이 원하는 생활부터 머릿속에 그려 본다. 설레지 않는 물건은 과감히 버린다. 물건별로 한곳에 모아 놓고 버릴지를 결정하라 의류,책,서류,소품,추억의 물건 순으로 버린다. 경험에서 나온 가족에게 버릴 물건을 보이지 말라던지 같은 사소한 팁도 정리법으로 수록되어 있다.
독특한 관점이구나 하고 감탄했던 게 물건의 '역할론'이다. 제 역할이 끝난 물건은 과감히 버리라는 것. 설레지는 않지만 버릴 수 없는 물건들을 버려야 할 것인가를 판단할 때에는 이 물건의 진정한 역할을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옷장 안에 거의 입지 않는 옷이 있다면 그 옷을 왜 샀는지 떠올리고 예쁘다고 생각해서 나도 모르게 샀다면, 그 옷을 사는 순간 설레었다면, 그 옷은 결국 사는 순간의 설렘을 안겨주는 역할을 한 것이다. 또 그 옷이 생각만큼 어울리지 않아 잘 입지 않는다면 그 옷이 이런 스타일의 옷은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가르쳐준 것이 그 옷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소중히 여기는 것이 아니니 지금까지 고마웠다고 말하며 기분좋게 해방시켜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 물건을 소중히 여기라는 것. 설레지 않는 것은 과감히 버리라고 정리의 시작은 버리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는것과 모순이 아닌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것이다. 저자는 정리 레슨의 마지막으로 고객에게 물건을 위로하라는 과제를 준다고 한다. 옷을 걸면서 "오늘도 따뜻하게 해 줘서 고마워" 라고 한다던가, 액세서리를 빼면서 "오늘도 아름답게 해줘서 고마워"라고 수납은 물건의 집을 정해주는 신성한 행위라는 것들이 참 신기한 관점이다 싶었다.
물건에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기에 정리 컨설턴트로 성공할 수 있었던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정리 방법론보다 정리를 하기 위한 마음가짐, 정리를 통한 자기 발견에 중점을 둔 희한한 정리법 책.
------
자신이 갖고 있는 물건은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 선택의 역사를 정확히 말해 준다. 정리는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일을 찾아내는 자신에 대한 '재고 조사'다
p.219
내 눈앞에 있는 물건은 과거에 자신이 선택한 결과물이다. 위험한 것은 그것들을 보고도 못 본 척하거나, 자신의 선택을 부정하듯이 난폭하게 버리는 행위다. 그래서 나는 물건을 무의미하게 쌓아두거나, '일단 아무 생각 말고 버린다'는 생각에도 반대다. 물건 하나하나와 마주하면서 느낀 감정을 경험해야만 비로소 물건과의 관계가 정리될 수 있다.
p.229
물건을 통해 과거에 대한 집착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과 마주하면 지금 자신에게 진짜 중요한 것이 보인다. 그럼 자신의 가치관이 명확해져서 이후의 선택에 망설임이 사라진다. 망설이지 않고 자신이 선택한 길에 정열을 쏟을 수 있다면 보다 큰일을 이룰 수 있다. 물건과 마주하는 것은 빠를수록 좋다. 바로 '지금'이 정리를 시작할 때다.
p.229
그것이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것이라도, 당신이 그 날 그 상점에서 사온 그 셔츠는 세상에 단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물건과의 인연도 사람의 인연처럼 소중하다. 그 물건이 당신에게 온 데는 반드시 의미가 있을 것이다.
p.239
저자의 홈페이지
정리 전-후를 볼 수 있는 저자 블로그
http://ameblo.jp/konmari/theme-10012326032.html
(물건에 마음이 있다는 둥, 집과 마음속으로 인사를 한다는 둥의 이야기로 나는 저자가 50은 훌쩍 넘었을 할머니라고 생각했는데...배신당한 기분이다. 일본의 젊은 여자들 중에는 아직 요런 사소한 일상 신비주의자들이 꽤 있나보다. 이런 내용이 책으로 나오고,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하니 말이다.)
'책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곱 개의 고양이 눈 - 최제훈 (0) | 2012.12.12 |
---|---|
플라이, 대디, 플라이 - 가네시로 가즈키 (0) | 2012.12.12 |
브루클린 풍자극 - 폴 오스터 (0) | 2012.11.26 |
달의 뒷면 - 온다 리쿠의 환상적인 미스터리 (0) | 2012.11.20 |
총과 초콜릿 - 오츠이치 (0) | 2012.06.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