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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레 한 장으로 삶을 닦는 스님의 청소법 - 마스노 순묘

복숭아꽃 2016. 7. 12. 17:57

스님의 청소법

 

마스노 순묘 지음/ 장은주 옮김/ 예담 2012년

스님의 청소법 - 10점
마스노 슌묘 지음, 장은주 옮김/예담



선(禪)에서는 '지금'이라는 시간을 소중히 합니다. 우리는 내일이라는 날이 반드시 올 거라 믿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목숨은 언제 다할지 알 수 없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아침에 웃으며 집을 나간 사람이 불의의 사고를 만나 목숨을 잃을지도 모릅니다. 또한 밤에 잠들었다가 다음 날 아침에 반드시 눈을 뜰 수 있을 거라고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합니다.

인생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나중이나 다음은 없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간다'라는 것이 선의 사고방식입니다.

올지도 오지 않을지도 모를 내일을 기대하며 살아가는 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성심껏 살아갑니다. 작은 일도 소홀히 하지 않고 그때끄때 빈틈없이 처리합니다. 이것이 후회하지 않는 삶의 방식으로 이어집니다


누구나 언젠가는 반드시 이 세상을 떠날 날이 옵니다.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그때'를 후회 없이 맞으려면 '지금 이 순간'을 온힘을 다해 성심껏 살아가는 길밖에 없습니다


하루 24시간이 오롯이 수행인 수행승에게는 식사 또한 수행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작법이 세세하게 정해져 있습니다. 소리를 내어 바리때를 다루거나 음식을 씹어서는 안 됩니다. 개인적인 잡담도 금지입니다. 그리고 식사 전에는 '오관게(五觀偈)'라고 불리는 다섯 구의 게송을 외웁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이 음식이 어디에서 왔을까요.

둘째, 제 덕행으로는 받기가 부끄럽습니다.

셋째, 마음의 온갖 욕심과 어리석음을 버리고

넷째, 음식을 좋은 약으로 삼아

다섯째, 도를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습니다.


이것은 선의 수행을 위한 것이지만 평소 식사할 때의 마음가짐으로써 많은 분들이 꼭 알아두셨으면 하는 말입니다. 일반분을 대상으로 쉽게 풀이하자면 대충 다음과 같은 의미입니다.


1. 이 식사를 하기까지 애써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갖습니다.

2.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조용히 식사를 합니다.

3. 마음을 바르게 유지하고, 욕심 부리지 않고, 싫다 좋다 하지 않고 맛을 음미합니다.

4.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 양약(良藥)으로써 먹습니다.

5. 불도를 이루기 위해 합장하고 이 식사를 합니다.


이 5개조를 명심하고 식사를 해보세요. 

음식을 입에 넣었다면 젓가락을 놓고 천천히 그 재료의 맛을 음미해봅니다. 평소와 다름없는 식사 시간이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입니다.

육류나 생선은 물론이고 쌀이나 채소 등 우리 입에 들어가는 모든 것에는 생명이 있습니다. 그 귀중한 생명을 받아 자신의 생명을 이어가고 있으니, 감사의 마음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나온 음식은 남기지 말고, 식사 전후에는 "잘 먹겠습니다", "잘 먹었습니다"라고 마음을 담아 말합니다. 만약 다 먹지 못할 것 같으면 처음부터 양을 줄여 먹을 만큼만 먹도록 합니다. 

식사는 자신의 생명을 이어가는 중요한 행위입니다. 가족이나 자신이 먹을 음식을 만드는 부엌은 생명의 근원을 낳는 장소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부터라도 당장 깨끗이 청소를 해야겠지요



모든 것은 관찰에서 시작됩니다. 잘 관찰하면 그 식물에 대한 노하우가 생겨 정원의 '있어야 할 모습'이 보이게 됩니다.

식물은 정성을 쏟은 만큼 보답해줍니다. 정원도 아름다워집니다. 자신이 쏟았던 에너지가 자연을 통해 되돌아옵니다. 이것은 큰 기쁨입니다.


초목을 잘 관찰한다는 것은 자연과 자신이 하나됨을 의미합니다. 그만큼 마음이 평정심을 찾았음을 뜻합니다. 

걱정거리나 잡념으로 '마음이 여기에 있지 않으면'아무리 가까이서 정원을 바라보고 있어도 그 모습을 충분히 관찰하지 못합니다. 정원에 꽃이 청초한 꽃망울을 터트려도 형형색색의 단풍이 땅을 물들여도 아름답다고 느끼지 못합니다. 얼마나 슬픈 일인가요

사람은 흙과 마주하면 마음이 온화해집니다. 식물을 돌보며 정원이나 베란다 손질을 하는 것 그 자체가 즐거움을 전해 치유로도 이어집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담긴 공간에서 당신은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공간을 얼마나 소중히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자신은 그곳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그것이 중요합니다.

지금 살고 있는 공간을 소중히 한다는 것은 각각의 물건이 있어야 할 모습을 재점검하여 있어야 할 곳에 있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깨끗하고 심플한 공간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 공간에서 지내면 저절로 마음이 닦여 순수한 기분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마음이 담긴 존귀한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감동을 잊지 않고 고마움을 실감하며 살아갔으면 합니다.


수행으로서의 청소법, 청소로 삶까지 정리하는 비법책.

청소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