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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뒷면 - 온다 리쿠의 환상적인 미스터리

복숭아꽃 2012. 11. 20. 22:52

 

달의 뒷면
국내도서>소설
저자 : 온다 리쿠(Onda Riku) / 권영주역
출판 : 도서출판비채 2012.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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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몬은 대학시절 교수였던 교이치로의 초대로 '야나쿠라' 마을을 방문한다. 야나쿠라는 광대한 수로로 둘러쌓인 시골 마을인데 이 곳에서 사람들이 실종되는 이상한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한다. 실종된 사람들은 일상에서 갑자기 사라지는데 며칠만에 사라진 기간동안의 기억을 잃은 채 사라진 그대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실종되었다 돌아온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무언가 아는 듯한 기묘한 고양이 하쿠우와 함께 대학 시절 친구이자 교이치로의 딸인 아이코와 실종 사건을 파고드는 기자 다카야쓰 네 사람은 이 기묘한 실종 사건의 중심에 휘말리게 된다.

 

기묘한 캐릭터인 다몬과 신비로운 야나쿠라마을의 분위기가 매력적인 잔잔한 미스터리 소설.

 

달의 뒷면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먼 옛날부터 존재해왔고 어쩌면 존재하며 모든 것을 지배했을 지도 모를, 더 강대한 무엇이 되기 위하여 조용히 움직여왔을 그것에 대한 미스터리. 일본의 오래된 문화를 이야기하는 것일 수도, 일본인들 의식 속에 흐르고 있는 그들만의 동질감과 유대감을 이야기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오랜 역사와 신 갖가지 신묘한 설화들을 가지고 있는 섬나라 일본이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소설이 아니었나 싶다. 다몬이 장화를 신고 있던 것도 그는 이 거대한 무의식이라는 의식이 필요 없는, 그 스스로도 온전할 수 있는 존재였기 때문이 아닐까. 그는 도둑맞을 필요가 없는 존재로 등장한 것이다.  

바뀌었지만 바뀐 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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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역시 그 녀석은 우리군요."

다몬이 중얼거리자, 다른 세 사람이 반응했다.

"무슨 뜻이야?"

아이코가 물었다. 다몬은 무심한 표정으로 아이코를 보았다.

"지금까지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달랑 네 명.....겨우 네 명이란 말이야. 우리가 녀석의 존재를 의식한 것만으로 이렇게 일제히 움직이다니 대단하다는 생각 안 들어? 역시 우리는 원래 녀석의 일부인지도 몰라. 그 반대일지도 모르지만. 집단 무의식이라고 하나? 믿기 힘든 이야기이긴 하지만, 우리 육체 바깥에 우리 의식의 일부가 존재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잖아?"

세 사람은 다몬의 말을 듯고 흠칫한 표정을 지었다.

"육체 바깥에...."

아이코가 멍하니 되뇌었다.

"응. 녀석은 우리의 일부란 말이지. 우리는 이미 '하나'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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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에 내 얼굴이 비쳤다. 그 얼굴은 내가 이제껏 몰랐던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녀는 웃고 있었다. 아이의 천진난만함을 사랑스럽게 여기는 어머니 같은 웃음. 자애로움이 어린 온화한 웃음이었다.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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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앞으로는 우리가 '다수파'가 될 것이다. 세계를 하나로 집어삼키고 구축하는 것은 우리다.